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밤참 먹는 남자 3 / 김주완 [2008.01.18.]

김주완 2008. 1. 18. 16:34


[시]


밤참 먹는 남자 3 / 김주완

 

전쟁을 하고 있다, ㅋ씨

칼같이 밝은 매의 눈을 가진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혼자서 화들짝 몸서리친다,


소파 밑에 쌓인 먼지, 그 속에서 뿌리 뻗는 곰팡이, 카페트의 올 사이에서 징그럽게 꼬물거리는 진드기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거나 발진이 난다, 기관지에 경련이 일어 천식을 앓는다,


전쟁을 하고 있다, ㅋ씨

사기전화나 유인 문자메세지를 받으면 화가 치민다, 당장에 잡아다 주리를 틀고 싶어진다, 요령소리 듣고 따라가는 봉사 같은 사람들이나 개 한 마리 짖으면 온 동네 개 모두 따라 짖듯 왈왈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왜 사나?’ 싶은 생각을 한다, 비리나 조작, 해코지를 일삼는 사악한 사람이 근엄하고 품위 있는 표정을 지을 때면 역겨워 속이 뒤집힌다, ‘산으로 들어가자’, ‘산으로 들어가자’ 다짐을 한다,


하루의 전쟁을 치르고 잠자리에 든 ㅋ씨,

깊이 잠들지 못한다, 전쟁과 전쟁 사이,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 두 번은 꼭 일어나서 손에 닥치는 대로 먹는다, 음식을 찾지 못하면 냉동실의 각얼음이라도 버석버석 바순다, 블랙홀 같은 분노가 있는 대로 음식을 빨아들인다, 담배도 한두 개비 피워야 한다 먹은 뒤에는 잠자리에 눕지 못한다, 역류성 식도염을 앓는 그의 입으로 소화 덜 된 음식물이 오물로 차오르기 때문이다, 소파에 앉아서 고승高僧처럼 잠을 잔다, 날이 샐 때까지,


밤에도 끝나지 않는 전쟁 속의 ㅋ씨,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