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밤참 먹는 남자 1 / 김주완 [2008.01.18.]

김주완 2008. 1. 18. 16:28


[시]


밤참 먹는 남자 1 / 김주완

 

자정이 넘은 고속국도 휴게소, 불빛 잦아드는 가운데 화물차 기사들이 간이식사를 한다 화장실을 다녀온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햄버거를 우물거리거나 우동국물을 훌훌 빨아들여 위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 도로 위에 흘리고 와 속 빈 속을 꾹꾹 채워 넣는다 빈속에 가득 남은 허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옅은 안개가 내려앉은 주차장, 낮 동안을 달구던 뽕짝 가락은 사라지고 희끄무레한 시멘트 바닥 위로 트레일러트럭이 국제우주정거장 알파처럼 견고하게 떠 있다 정차해 있는 트레일러 안에서는 화물들이 누군가의 계좌를 향해 초속 7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다 한 사내가 트럭 사이를 걸어 나와 타이어에 방뇨를 한다 안개 사이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른다 그도 이제 간이식사를 하러 갈 것이다


다시 밤의 고속국도를 달리기 시작하면 나른한 졸음이 몰려올 것이다 가물가물 살아온 날들처럼 트레일러는 또 기우뚱거릴 것이다, 궤도 위의 트럭,  트럭 안의 사내, 내리막길을 쫓기듯 굴러가는 밤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