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밤참 먹는 남자 2 / 김주완 [2008.01.18.]

김주완 2008. 1. 18. 16:31


[시]


밤참 먹는 남자 2 / 김주완

 

밤만 되면 걸귀乞鬼 들고 아귀餓鬼 든다, 밤도 깊은 밤, 꽃도 잠들고 새도 잠든 한밤, 별도 달도 잠든 오밤중에만 귀신 든다, 잘 살고 편한 집에 드는 것이 아니라 쌀독 비고 일도 힘들어 지지리 살림 찌든 집에만 든다, 불길 일 듯 가세 일고 만사형통 술술 잘도 풀리는 집이 아니라 갖은 고생 다해도 가난살이 못 벗는 집만 용케도 찾아 든다,


걸귀든지 아귀든지 깊은 잠 못 드는 대주大主 뱃속으로 들어간다, 위장계胃腸系를 물고 뜯어 오장육부 뒤집는다, 생쌀도 씹고 맹물도 마셔대지만 해골처럼 야윈 몸에 남산처럼 배만 불러 뻥 하고 배 터져도 배가 고픈 대주, 살림은 자꾸 줄어들고 빈 배만 더욱 고파 온다,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