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일몰 3 / 김주완
연극이 끝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언제나 으스스하고 썰렁하다, 잠시 불타는 엠버톤 칼라가 무대를 덥히지는 못한다, 배역도 연기도 어정쩡했다, 짧게 때리던 탑조명은 하나같이 회색빛이었다, 무대 위에서 제대로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연극은 실패했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수 없다,
무대막이 내려지고 객석등이 켜질 것이다, 관객은 수런수런 그들의 느낌을 무심하게 말할 것이다, 닫힌 무대막 뒤로 관심을 보내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삶의 끝은 고독하다,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시작은 춥다, 손끝 발끝부터 식기 때문이다, 가물가물 체온이 떨어지면서 숨이 막혀 답답해져도, 그러나 다행히도 그것은 잠시이다, 아련한 황홀이 곧 다가온다, 새지 않는 밤, 깜깜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며 숨이 멎는다, 무책임한 해방이 너울져 오는 것이다.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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