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연날리기 5 / 김주완
연은 새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까마득히 편대를 지어 가물가물 날아가는 기러기의 대열처럼 끼룩거리지 않는다 연은 비행기처럼 날아가지도 않는다 음속을 돌파하여 하얀 연기 기둥을 꽁무니에 달고 치솟는 전투기같이 매끈하게 날아갈 줄 모른다
연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러 오르락내리락 하고 얼굴을 슬쩍 치켜들면서 꼬리를 푸르르 털기도 하지만 공중의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인연 같은 연줄에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가야 할 행선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위치만 있기 때문이다
연은 날아오르는 희망이 아니라 기념일에 내건 깃발같이 연민을 자아내는 우울이다 삐끗하면 곤두박질해야 하는 불안이다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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