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31. 『시와 수필』16호 기고]
[시]
땅으로 기다 2 / 김주완
떨어질 리 없다
기어오르다가 미끄러질 리도 없다
눈이 없는 지렁이
위를 올려보지 않으며
땅으로 긴다
암수한몸이지만
몸이 시키는 대로
끌리는 상대를 찾아
타가수정을 한다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이라야
겨우 바깥나들이를 하는
놈들의 야행성이 눈에 띄면
더럽고 징그럽다고 질겁을 한다,
포식자이면서도 아닌 척 하며
땅으로 기는데 이력이 난 사람들이
땅속의 박테리아나 먹으면서 살다가
어느 날 오소리의 먹잇감이 되고 마는
지렁이, 먹이사슬의 바닥에서
밟히면 꿈틀거리면서
살아있기에 땅으로 긴다
<2010.12.24.>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눈총 3 / 김주완 [2011.01.07.] (0) | 2011.01.07 |
---|---|
[시] 눈총 2 / 김주완 [2011.01.07.] (0) | 2011.01.07 |
[시] 다래끼 2 / 김주완 [2010.12.10.] (0) | 2010.12.10 |
[시] 뾰루지 2 / 김주완 [2010.11.26.] (0) | 2010.11.26 |
[시] 꿈땜 2 / 김주완 [2010.11.19.] (0) | 2010.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