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귀 7 / 김주완 [2010.08.27.]

김주완 2010. 8. 27. 15:53


[시]

         <언령 5집 수록> 

 


       귀 7 / 김주완

 


글귀는

글자 속에 있지 않았다


실하게 자란 키 높은 옥수수 대에서

갓 따와 푹 찐 풋옥수수

껍질 벗기면 드러나는

촘촘하고 가지런한 옥수수알처럼

책 속에

빼곡히 들어앉은 글자들,

연한 실김도 모락거리고

구수한 냄새도 피어나는데

아직 이가 안 난

젖먹이 아이는 먹을 수가 없다


글자를 야금야금 파먹을 수 있는

이빨 같은

글귀,

쉽게는 트이지 않는

글 보는 귀

 

                                     <20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