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어두워지는 것이 / 김주완 [2011.02.04.]

김주완 2011. 2. 4. 16:29

 [시]

 

           <월간 [한국시] 2011-4월호(통권 264호) : 2011.04.01. 발표> 


      어두워지는 것이 / 김주완


어두워지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늙어가면서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먹먹해진다

검버섯과 사마귀, 주름살과 흰머리가

흐릿하게만 보이고

가슴을 후벼파는 험담이나 악담도

어른어른 들리는 듯 마는 듯 하다

끓어오르던 젊은 날의 정염도 사라졌다


붓꽃의 눈물겨운 남빛 자태나

부드러운 살결의 목련꽃잎은

애잔한 기억 속에 남은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순리에 전신을 맡기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면서

돋보기와 보청기는

늙어갈수록 쓰지 말 일이다


어두워지는 것은

이제부터

참으로 편해지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서 해방되는 것이다

 

                                         <2011.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