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기념시(기념시·인물시·축시·조시 등)

[권두시]『영남춘추』1990-5월호 / 김주완 [1990.05.05.]

김주완 2001. 1. 11. 12:52

[권두시]


   <『영남춘추』1990-5월호(1990.05.05.) ‘시와 영상’>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수록



        나뭇잎 푸른 손짓

   

                                 김주완(대구한의대 교수)


     혼란이 아니라 분노로

     5월의 나뭇잎은 돋아난다.

     강경한 버팀과 오만의 종말

     마침내 맞을

     허무의 끝에 보내는 차디찬 웃음

     한 점 증거ㅎ기 위해

     바람 앞에 나서는 빈 몸의

     맨살,

     스스로에서 말미암는 항거의

     소리는 외롭다.

     목청 푸른 자유는 서럽다.

     모든 만들고 짓는 것들의 저 현란한

     기만의 칼날에 쓰러지는

     나뭇잎 작은 손짓

     보라, 굳은 질서의 그늘에서

     눈물 떨치고 일어서고 있음을,

     붉게 붉게 물 오른 변방의 영혼

     꽃잎으로 날리고 있음을,

     ― 분노 그리고 오만의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