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1990. 4. 18. 수성신문 창간 축시>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수록
오늘 아침 이 고고呱呱의 소리는
김주완
밤을 보내며 맞는
오늘 아침 이 고고의 소리는
오래 버려온 말이며 생각이다.
수성천에서 망우공원으로
고산골에서 지산골로
골목과 골목을 흘러넘는
서슬 푸픈 말길의 열어붙임이다.
큰 것에 묻혀 보이지 않던 내 이웃한 이야기,
먼지같은 티끌같은 그러나
날마다 날마다 우리에겐 가장 소중했던
눈물의 말과 절절한 이야기 그런 것들 말 좀 하며
생각다운 생각도 좀 하며,
거짓 앎에 짓눌린 것들 캐고 닦아
눈 열고 귀 뚫어
우리의 것들 알고 살자는 일이다.
소리라고 다 소리가 아니고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었던 시대
우리 순한 영혼은 어지러웠거니
어지러워 비틀거리며 쓰러져 갔거니
이제
그런 날들은 영영 손 흔들어 보내고
암울한 안개지역을 벗어나 곧추서서
흔들릴줄 모르는 붓,
있는 그대로의 화장하지 않은 말,
작고 그늘진 곳을 사랑하고
꼭꼭 가슴으로 보듬어 안는 글발 펼쳐
한 줌 햇살도 나누자는 것이다.
여기도 저기도 따뜻한 양지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 밝히는
수성천에 몸 푸는 수정같은 전설의
신화 하나 이루자는 것이다.
존재와 정의와 인간의 얼굴이
마침내 수굿하게 하나가 되는
오늘 아침 이 고고의 소리는
자욱한 감꽃밭을 향하여
소복소복한 눈밭으로 나서며
정淨한 마음 가다듬고
서낭당에 던지는 돌 하나이다.
멀리 나서는 작은 그러나 단단한
대구 사람의 걸음 하나이다.
<1990. 4. 18. 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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