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단풍나무의 다짐 / 김주완 [2004.09.17.]

김주완 2004. 9. 17. 10:00


[시]


  <대구시협 사화집 2004 『대구의 시』수록>


        단풍나무의 다짐


                                             김 주 완


가슴 저리게 하늘 맑은 날

너를 보내야지


같이 갈 수 없는, 돌아가는 길이라

길목에 너 내려놓고 가야 하지


뜨거운 여름날

날 감싸 보듬던

불타는 육신 너 아직 그대로이라


네 땅, 네 거처에서

가득하고 투명하게

더 붉게 타오르는 온몸이라


데려가지 않는 것이네

겨울 그 끝으로,


남겨 두는 것이네

네 숨결, 네 날갯짓


맘껏 숨 쉬고 끝없이 날다가

네 일 다 한 그 날이면 따라 오라고


바람 한 점 네 몸에 얹어

거기 그 자리에 남겨두는 것이네

못내 남겨두는 것이네


                                   [200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