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외로움 / 김주완 [2004.09.23.]

김주완 2004. 9. 23. 10:06

 

[시]


  <『대구문학』2004-겨울호 수록>


          외로움


                           김주완


그대,


뼈 속을 스쳐가는 한기를 아는가


때 없이 눈물 철철 흐르며

마음을 갉아내는 서러움을 아는가


가슴에서 일어

휑하니 가슴으로 빠져 나가는

빈 골목의 허망한 바람 소리 아는가


깜깜한 절망 앞에서

보이지 않는 출구를 찾아 더듬거리는

극한의 답답함을 아는가


허허벌판 한 가운데

한 없이 작아지는 자아의

무량한 비통과 자기부정을 아는가


쓰러지는 영혼을 가누려

한 오라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빈사의 절박함을 아는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영원히 숨어들고 싶은

내가 싫고 친구가 싫고 세상이 싫은


가을날

외로움의 정체를 아는가


그대.


                                     [2004.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