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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 백승균 교수 정년퇴임 / 김주완 [2001.08.31.]

김주완 2001. 8. 31. 17:34

[祝詩]

  

                       숲길 속의 사람은

                          ―雲梯 白承均 교수 정년퇴임에 부쳐―

 


                                            김 주 완(시인, 경산대학교 교수)



 

삼림 사이로 난

숲길 속의 사람은

나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풀잎들의 숨죽이는 귓속말을

아픔으로 들을 줄 안다.


긴 숲길을 표표히 가면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찾은 자유와

멀리, 검은 숲(슈바르츠발트)에서 발원하여

슈바벤알프스산맥을 따라 온

튀빙겐의 네카강에서 건진

작으면서도 그러나 크게

생성하던 해방의 의미를 회상한다.


숲길 저 위에서는

눈부신 산정의 만년설이

정신의 근원인

아름다운 이성(理性)으로 현현한다.


숲길 안으로 오는

순수한 생명의 기운을 받아

가슴이 투명한 동안(童顔)의 사람이

수직으로 걸린

이상(理想)의 사다리를 오른다.




저녁때쯤

긴 숲길 속으로 와서

다시 숲길 속으로 가는 사람의

맑고 부드러운 손길과

날카롭고 뾰족한

그러나 따뜻한 응시에는

감미로운 녹색의 음악이 감싸고 있다.


사회와 역사와 인간을 비추며

잃어버린 시간과 의식을 찾는

여기서부터, 솟구치는 빛의 다발을

나누어 받은 사람들이

또다시 조금씩 나누어 감으로써

숲길로 가는

사람의 발자취 영원하리니,


운제 선생님!

이제

짐 벗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영롱한 아침의

다정한 숲길 성큼성큼 거니소서.


              <200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