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기념시(기념시·인물시·축시·조시 등)

[축시] 이용원 경산대학교 총장 퇴임 / 김주완 [2002.06.28.]

김주완 2002. 6. 28. 17:50

[祝詩]


                      누가 물으면

                                     ― 志泉 李勇源 慶山大學校 總長 退任에 부쳐


                                                                                      김 주 완*

 

유리알이고 저울이던 때가 언제였느냐

누가 물으면,

사람들의 팔뚝에 저절로 힘줄이 돋고

평안과 사무사思無邪가 자리한 때가 언제였느냐

누가 물으면

그때,

숨가쁜 현장의 노역을 맡았던

우리가 답할 것입니다.


거기 그대로 서 있음이

솟구치는 ‘희망의 샘’이었고

한 마디 청천벽력이

우매한 가죽짐승의

잠든 혼을 깨우는 법고法鼓소리였으며

인색하지도 흔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나 꽃잎처럼 벙그는 미소 한 잎에

우리는 힘을 얻었노라 대답할 것입니다.


스무 해가 되면 의인義人이 와서

삼성산 지맥의 북쪽 기슭으로 떠도는

망령의 꼬리를 밟아 제압하리라는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을 믿으며

터널 속의 한 조각 푸른 하늘을 우러러

목 줄기 굳도록 살아온 사람들.


한 때 모여들다

슬픈 실의失意의 뿌리를 보면서

이제는 돌아서 가는 바람 같은

풀씨의 무리들,

남은 가랑잎은 허망하지만

빈 몸, 빈 마음일망정 말없이

머무는 데까지 머물러야 할 것을 …….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어야 비상하기 시작하느니’

‘막고야산藐姑射山의 신인神人’이 떠나면 용은 마침내 잠수하느니


검은 숲은 이미 일렁이며 말하고 있네

다가오는 것을 안다는 것과 그것을 넘는다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며

길을 벗어난 비, 바람, 구름은

필경 난마亂麻의 회오리가 된다는 것을

어찌하느냐 어찌하느냐 걱정하여도

그러나

내일은 내일의 사람 몫이리니


800도 중화도中火度에서 구워낸 애벌구이 자기瓷器

몸은 떠나시더라도

아무쪼록 마음은 이 곳에 두셔서

1,300도 고화도高火度 가마에서 두벌구이로 구워낸

청자의 우아함과 백자의 질박함으로

여기 사는 사람들의 내일을 살펴 주소서!


지천志泉 총장님!

수중헌守中軒 높은 뜰에 그림 같은

음악의 돛배 맑게 띄우시고

멈춘 듯 흐르는 만년晩年

건강과 다복多福으로 채우소서!



* 시인 / 경산대학교 대학원장 / 대한철학회장

                                                                   <200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