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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업훈련원으로 변한 대학[불교신문 2003.10.08]/김주완

김주완 2003. 10. 8. 14:30

 [칼럼]

직업훈련원으로 변한 대학 / 김주완*

땜질식 일자리 창출론 실업문제 해소 역부족 정부의 인력수급 정책 국가차원 통합 관리를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언론과 방송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안 보인다. 문제는 있는데 해답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8월말 현재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6.9%로 전체 실업률 3.3%의 두 배를 넘는다. 정부에서 발표한 기계적 통계수치가 그러하다. 이와는 달리 2003년 9월 9일 삼성경제연구소는 OECD 기준으로 실업률을 계산할 경우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2.3%로 프랑스(16.2%) 다음으로 높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가 견실하게 확립되어 있는 프랑스와 그렇지 못한 한국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OECD 국가 중 단연 1위라고 해야 한다.

 

대졸 이상 실업자의 실상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대 졸업생은 더더욱 절박하다. 일할 능력도 의사도 있는데 일할 자리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5400억원의 재정을 풀어 13만명에게 일자리와 연수기회 등을 제공하는 등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시행하여 현재 6.9% 수준인 청년실업률을 3~4년 후에는 5% 수준에서 안정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은 시급하다. 그러나 그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청년실업은 경제성장 침체와 인력수급의 불균형이라는 정책실패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정부 대책은 결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학문이 취업과 직결되기를 요구한다. 신규 대졸자가 곧바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이 산업체의 수요에 맞게 실무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오늘날 대학생들의 51%가 취업문제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고 있다. 대학진학이나 학과 선택에서도 그러므로 취업 가능성이 가장 우선시 된다. 진로가 좁고 불투명한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쪽에는 신입생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으며 폐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취업중심대학을 표방한다. 지원인원수보다 대학입학정원이 월등하게 많은 상황에서 취업률이 높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대학마다 취업정보실과 같은 부서를 상설화하고 취업강좌를 개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의취업경진대회나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거나 실무위주의 교육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실무즉응형 인재양성에 주력한다. 모든 중ㆍ소규모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취업중심대학’임을 강조하는 문구가 하나같이 내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은 여전히 50%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대학은 이제 더 이상 학문하는 곳이 아니라 직업훈련원으로 변해 버렸다. 보통 수준에도 미달하는 직업훈련원 정도이다. 대학은 과연 학문을 버리고 지금처럼 직업훈련에만 매달려야 하는가? 대학이 현실에 무작정 끌려갔을 때 맹목적 존재종속성만 있을 뿐, 그 나라의 당위적ㆍ합목적적 미래는 없다. 다른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국가인력관리원과 같은 대통령 직속의 부서를 만들어 정부 내의 여러 부처간에 분산되어 있는 인력관리기능을 통합한 후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ㆍ관리하여야 한다. 국내의 전체 일자리 수의 파악은 물론, 직종의 생성과 소멸동향 및 향후전망 그리고 인력수급현황과 장기전망을 전산화하여 균형 잡힌 인력수급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지 자기에게 알맞은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알맞은 자리를 안내해 주어야 한다. 대학은 고유한 학문연구와 교육에 주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가적 인력관리프로그램에 의거하는 세부적 취업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면 된다. 그랬을 때 대학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실업자를 양산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신규 대졸자가 기성사회와 직업세계에 진입하여 거기에 적응하고 물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그들의 힘과 의욕으로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새 물 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 대구한의대학교 문화학과 교수/철학박사/시인

2003-10-08 오후 2:07:29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