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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 사설)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경산대신문: 2002.09.13]/김주완

김주완 2002. 9. 13. 11:11

 

(학보 사설)

 

<경산대신문 제277호 2면 사설 / 2002. 09. 13. >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 김주완


경산대학교는 꿈꾸고 싶다.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고 싶다. 개교 20주년을 보낸 지가 금방 인데 다시 지금부터 20년 후의 경산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 우리가 꿈꾸고 싶은 내일의 경산대학교를 그려본다.

 

경산대학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정평이 난 산상의 대학이다. 백악관을 연상케 하는 본관 앞산은 단풍나무 숲으로 울창하다. 가을이면 온 산이 새빨갛게 물들고 숲길을 거니는 씨씨들의 발등으로는 단풍나무 낙엽이 수북히 갈라진다. 초대형 메인 스타디움 주변으로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도열하듯 손에 손을 잡고 늘어서 있고 여름이면 그 그늘이 더욱 두텁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면서 직선으로 뚫어진 4km가 넘는 왕복 10차선의 진입로와 학술정보관 앞뒤의 순환도로는 40년이 넘은 벚꽃나무 꽃길이다. 봄이면 그 벚꽃 터널로 눈 같은 벚꽃 잎이 자욱히 떨어지고 사람들의 물결이 넘친다. 신혼부부의 야외촬영이 끊이질 않고,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연일 줄을 선다. 밀리는 인파에 학생들의 등하교가 지장을 받는다고 하여 대학당국에서는 또 다른 등하교 전용도로를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20층의 매머드 빌딩인 종합복지관에는 헬스장, 수영장, 당구장, 볼링장, 스쿼시장, 사우나실, 휴게실, 영화관, 음악감상실, 면세점, 뷔페식당, 패스트푸드점들이 들어서 있고 밤낮으로 학생들이 들끓는다. 20개 동이나 되는 종합실험관과 4개 동의 초대형 학술정보관은 24시간 개방되어 운영된다. 재학생 전원에 대하여 전면 장학금이 주어지며, 학생들은 매달 일정액의 생활보조금도 받는다. 석사과정 이상의 대학원생에게는 무상으로 아파트 한 채씩이 제공된다. 박사학위 취득자는 전원 고액 연봉의 외국대학 교수나 연구원으로 특채되어 나간다.

 

한방밸리와 연계된 한방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은 의료원은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서구에서 오는 유학생들의 쇄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초학문 육성에 쏟아 부은  수 십년의 투자 결실로 노벨 물리학상과 문학상을 수상한 교수가 국내 최초로 경산대학교에서 나와 이들의 기념관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일반학과를 포함한 신입생 입학정원을 1만 명으로 제한한 관계로 넘치는 학생을 모두 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입학허가가 예정된 학생들도 4년 이상을 대기해야만 겨우 경산대학교 문턱을 들어설 수 있다. 국내 교수들은 물론, 세계적으로 저명한 대학 교수들이 모두 경산대학교 객원교수나 초빙교수가 되기를 소망한다. 경산대학교 로고가 찍힌 가방과 운동복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브랜드를 도용한 가짜 제품도 동남아와 유럽 일부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한국의 정․관․재계를 석권한 동문들로 구성된 총동창회가 국가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이미 오래이다.

 

수많은 대학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지난 20년간, 미증유의 위기를 삼성산의 기적으로 바꾼 경산대학교의 발전모델은 전 세계 대학들의 관심을 끈다. 구미와 일본 그리고 일부 아프리카 대학들에서는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경산대학교학부]를 개설하고 있다.

 

이것은 한갓 백일몽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다.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꾸여지는’ 것이 아니라 ‘꾸기’ 때문에 아름답다. 거기에는 소망과 이상이 들어있는 까닭이다. 간절한 꿈은 이루어지기 마련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는 있다. 월드컵 4강전에서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이 <꿈☆은 이루어진다>이었던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나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이 이와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