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칼럼)
<경산대신문 제258호(2001.5.8.화) 7면>
2002 학부제 개편 논쟁의 끝
김 주 완(교무처장)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어야 비상하기 시작한다]. 헤겔의 명제이다. <때가 와야 운동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환언하면 <때가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말, <준비된 자만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학부제 개편 논쟁으로 경산대학교 캠퍼스가 잠시 용광로가 되었다가 한 순간에 냉각되고 말았다. 발단은 대학의 생존 방안 모색이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2002년, 2003년부터는 대학신입생 자원이 격감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생수가 대학입학정원의 55%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구권 4년제 7개 대학 중에서 과연 어느 대학이 가장 먼저 미달사태를 맞이할 것인가? 아무도, 아직은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것이다. 어느 대학의 어느 학부가 미달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바로 그 대학의 다른 학부로 미달사태가 번져 가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 것이며, 이러한 하강세를 반전시키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미달된 학부의 경우, 미달인원의 차년도 이월모집에 따라 모집정원은 눈 더미처럼 커져 가는데 반해 지원자수는 상대적으로 감소됨으로써 결원이 계속 누적될 것이며, 이리하여 대학의 재정은 연차적으로 그 위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위기의 강을 건널 수 있는 힘은 구성원 모두의 위기극복 의지가 하나로 결집되고 고양되는 데서만 나올 수 있다. 단위 학부별 출력이 제각기 최대치일 때, 경산대학교의 출력은 최대치가 될 수 있다. 단위별 출력의 최대치를 얻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전공의 특성과 사회적 수요 그리고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학부가 유리한 학부는 학부로, 학과가 유리한 학과는 학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변신이나 방향전환, 통합이나 분리가 필요하다면 그것 또한 허용하는 것이다. 자율적 다양성의 보장을 통하여 전체적 최대출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이것이다.
이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이자 전제조건으로서 광역학부제(자율전공모집제)(안)와 정원조정기준(안)이 제시되었다. 방안은 방법론이며 전제는 가정이다. 그러나 모두가 등한했다. 정원조정기준(안)은 자율에 따르는 책무성 강조를 기저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령 개별 단위 학부나 학과는 다소 미달되더라도 대학의 전체정원에서는 미달인원을 내지 않도록 하는 장치였었다. 전체로서의 대학이 먼저 생존함으로써 개별 단위학부나 학과는 물론, 개개 구성원 모두가 생존하도록 하자는 전략이었다. 종합하면, 개별에서 출발하여 전체로 나아가는 방향의 생존전략과 전체에서 출발하여 개별로 나아가는 방향의 생존전략이 복합된 쌍방향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끝내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방안들은 무산되고 말았다. 강제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개혁이기 때문이다. [모든 무리한 세계개혁은 환상이다]라는 니콜라이 하르트만의 명제가 떠오른다. 여기서 환상은 실재가 아니라 허상을 의미하며 결과로서의 실패를 지칭한다.
마침내 현실적 자유가 자기분해 되었다. 자유는 그것을 가진 자가 그것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때에만 현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무리하였는가? 아니면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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