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때
소재호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떄
하늘의 허락 없이는 허공을 가로지르지 못해
나이테 안에 꼭꼭 숨겨
속삭임 한 아름씩 거느리고
나무가 나무에게 그리움 뻗으면
숲은 사연 깊이깊이 밤이 차 오르는 것이라네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떄
하늘이 눈감아준 내력으로
잠시잠시 표나게 나부끼기도 하고
세월을 수직으로 세우며
자꾸 옆구리로는 갈비뼈 내어
으스러져라 하고 서로 보듬어 나我 무無
연리지가 되기도 하지만
하늘이 조짐해둔 운명처럼
틀림없는 노을빛이 오고
무에서 존재로 일어나
나중에는 사랑의 시늉을 붉으레
허공에 쏟아 놓는 것이라네
몸 한 번 가누는 데도
몇 백년이 걸리는 조바심
뭇 계절마다 처음 빛깔로 빚고
바람도 끌어다 소리도 일구며
제 스스로 시詩답게 옹그리며 읊어
맨 마지막엔 사랑의 언어로만 허공을 가득 채우고
하늘이 온통 숲으로 쏟아지도록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때에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약력)
《현대시학》1984년 천료. 시집 <초승달 한 꼭지>등 다수. 완산고등학교장,전북문협회장,석정문학관장,표현문학회장 등 역임. 현)전북예총회장. 목정문화상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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