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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때(시:소재호/낭송:이경희)

김주완 2020. 10. 6. 23:28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때

 

                                          소재호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떄

하늘의 허락 없이는 허공을 가로지르지 못해

나이테 안에 꼭꼭 숨겨

속삭임 한 아름씩 거느리고

나무가 나무에게 그리움 뻗으면

숲은 사연 깊이깊이 밤이 차 오르는 것이라네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떄

하늘이 눈감아준 내력으로

잠시잠시 표나게 나부끼기도 하고

세월을 수직으로 세우며

자꾸 옆구리로는 갈비뼈 내어

으스러져라 하고 서로 보듬어 나

연리지가 되기도 하지만

하늘이 조짐해둔 운명처럼

틀림없는 노을빛이 오고

무에서 존재로 일어나

나중에는 사랑의 시늉을 붉으레

허공에 쏟아 놓는 것이라네

 

몸 한 번 가누는 데도

몇 백년이 걸리는 조바심

뭇 계절마다 처음 빛깔로 빚고

바람도 끌어다 소리도 일구며

제 스스로 시답게 옹그리며 읊어

맨 마지막엔 사랑의 언어로만 허공을 가득 채우고

하늘이 온통 숲으로 쏟아지도록

나무가 나무에게 건너갈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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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현대시학1984년 천료. 시집 <초승달 한 꼭지>등 다수. 완산고등학교장,전북문협회장,석정문학관장,표현문학회장 등 역임. )전북예총회장. 목정문화상 등 다수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