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방울토마토를 디자인하다 / 김주완
부풀어 오르는 방울의 침묵이 낭랑하다
깃털 같은 낭랑이 잎 속으로 간혹 스며드는 동안
여자는 맨 가슴을 내밀고 다녔다
산봉우리가 천천히 출렁이고
절정은 일체의 거부여서 반짝인다고
소리의 광합성이 가지 끝에 오종종한 오후,
몇 마리의 물고기가 파도처럼 뛰어올랐다
햇살처럼 쏟아지는 비늘의 생존은 눈부시다
나른한 식사 후, 접시 위에 올라온 방울토마토의 피부가 투명하다
육식을 하는 종족들의 무딘 코가 붉은 것은
누가 진동기를 갖다대어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숨지 않아도 되는 양성화를 피우며 방울토마토는
여자를 향한 남자의 노래를 허공에 덧칠한 것이다, 그늘처럼
소리 없이 둥근 방울, 방울들
회전을 공중에 그리면 동그라미가 된다, 맨가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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