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거울 / 김주완 [2014.09.16.]

김주완 2014. 9. 18. 10:19

 

 

[시]

-<아람문학> 2015년 봄호(통권 37호) 초대시 발표-

[6시집]

 

   거울 / 김주완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낯설어 남 같다

내가 나를 모를 때 세상은 아름다웠다

해와 달은 연못 속의 제 얼굴을 보지 않는다

나무도 자기 그림자는 바라볼 줄 모른다

새는 똥그랗게 다른 새의 눈을 들여다보면서도

거기 비친 새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다

채송화도 분꽃도 자기를 모르며 산다

자기를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가감 없이 자기를 보는 일

숨기고 싶은 것을 숨기지 못하는 것은

내게 내가 죄송한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모진 것이 둥근 거울이다

자기를 보는 자의 슬픔이 모여

별처럼 얼어버린 것이 거울이다

쫑긋,

슬픔이 싫어 슬픔이 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