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한국시학 2014년 겨울호(2014.12.01.) 114쪽 발표>
[제6시집]
구름 요리 / 김주완
― 사람이고자 하는 사람은 구름 요리를 먹고
구름처럼 산다
물들어
석양녘에 떨어져 나온 한 덩이 구름 같은
정구지 장떡에는 허리 꺾인 정구지 심이 들어 있다
반은 검게 숨 죽은 잎이 된장의 늙은 핏줄 같은데
내림 음식*을 떠받치는 자존심은 맵고 차져서 윤기 난다
멀건 갱죽에도 구름자락 한 움큼 훑어다가
비벼 넣는 종부는 어린 손자에게 여물처럼 꿈을 먹이고
배탈도 안 나는 부푼 소망을 떠가는 구름 위에 올렸다
살강에 얹어 놓은 보리밥 소쿠리에 젖은 모시 보자기 덮으면서
바라본 대비질한 하늘가에 깔린 쌀가루 가지런했다
채 친 무에 고춧가루 양념 넣어 무생채 무치는 종부의
마디 굵은 손으로 떠받치는 가문
된장 간장에 정구지 넣고 구름으로 버무려
어둡도록 장떡 굽는 부엌 바닥에 풀풀 잿불 날린다
부엌문밖 처마에 십오 대 중시조가 드시던 구름자락 걸린다
* 각 지방이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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