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너를 약칭하다 / 김주완 [2013.12.17.]

김주완 2013. 12. 17. 12:27

 

  [시]

 

    <문학의 뜰> 2014 제5호(2014.3.28.발행) 35쪽 발표

    <월간 한국시 2014-6월호(통권302호) 49~50쪽 발표>

[6시집]

 

 

   너를 약칭하다 / 김주완

 

 

외딴 개울가에 핀 물봉숭아

공중에 매달려 고개 숙인

설운 홍자줏빛 여린 입술에

천 년 전 나비무늬 강이 흐르고,

저녁마다 별이 떠서 눈물로 맺히는데

긴 허리에 매달려 익다 만 여름,

하늘이며 땅이며 구름이며 바람인

그녀 무어라 이름 할 수 없어

다만 너라고 부르면

너는 사붓사붓 걸어서 내게로 오는데

천의 수심, 만의 미소는 따라오지 않는다

개울이며 꽃이며 눈물이며 바람인 너의

모두를 내 손에 넣기 위하여 물봉숭아

너라고 너를 약칭하다

빈 너만 붙들고

잃어버린 아흔아홉 가지 너의 전부,

가지려 하지 않아야 온전히 가지게 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