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월간 한국시 2013. 11월호(통권 295호) 37~38쪽 발표>
<경북시학 제5집(2014.12.15.) 118쪽 발표>
[제6시집]
꽃과 열매의 거리 4 / 김주완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별 하나 창공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눌러도 억눌러도
마디마디 터져 나오는 불길, 사루비아 꽃처럼 붉고 뜨겁습니다
손대면 데일 겁니다, 눈이 멀고요
남의 불빛 받아 몸 덥히고 얼굴 내밀 일 없습니다
떠돌거나 따라다닐 일 없습니다
알려지지 않아, 아무도 이름 불러 주지 않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몸은 여전히 거기 있고 뜨겁게 불타고 있으니까요
누가 있어 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는 오로지 홀로, 거기 몸 태우며 있으니까요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속속들이 숨은 사랑
다 타서 더 탈 것도 없이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가 쏘아 보낸 사루비아 꽃 불길은
어둔 우주의 어느 구석을, 광속으로 달려가고 있을 겁니다
사랑은 한번이지만, 불길은 영원으로 갑니다
되돌이표가 없어 아무도 회수하지 못하는 열매,
열매 속의 씨앗인 거지요
불길은, 길 위에서 길을 가는 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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