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6시집 주역 서문을 읽다[2016]

[시] 꽃과 열매의 거리 4 / 김주완 [2013.06.11.]

김주완 2013. 6. 11. 18:32


[시]

 

<월간 한국시 2013. 11월호(통권 295호) 37~38쪽 발표>

<경북시학 제5(2014.12.15.) 118쪽 발표>

[6시집]


            꽃과 열매의 거리 4 / 김주완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별 하나 창공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눌러도 억눌러도

마디마디 터져 나오는 불길, 사루비아 꽃처럼 붉고 뜨겁습니다

손대면 데일 겁니다, 눈이 멀고요

남의 불빛 받아 몸 덥히고 얼굴 내밀 일 없습니다

떠돌거나 따라다닐 일 없습니다

알려지지 않아, 아무도 이름 불러 주지 않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몸은 여전히 거기 있고 뜨겁게 불타고 있으니까요

누가 있어 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는 오로지 홀로, 거기 몸 태우며 있으니까요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속속들이 숨은 사랑

다 타서 더 탈 것도 없이 소진된다 하더라도

그가 쏘아 보낸 사루비아 꽃 불길은

어둔 우주의 어느 구석을, 광속으로 달려가고 있을 겁니다

사랑은 한번이지만, 불길은 영원으로 갑니다

되돌이표가 없어 아무도 회수하지 못하는 열매,

열매 속의 씨앗인 거지요

불길은, 길 위에서 길을 가는 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