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3.11.20. 언령 8집 발표]
-<아람문학> 2015년 봄호(통권 37호) 초대시 발표-
[제6시집]
편백나무 숲 2 / 김주완
편백나무 숲으로 가기로 했네, 염주알 같은 마른 열매 주워 목베개 만들자고 했네, 팔월 쓰르라미가 사철 내내 울 것이니
거기는 키 큰 자들의 마을, 누가 먼저 갔기에 길은 나 있어, 숱 많은 머리를 맞대고 은근히 내려볼 것이네, 푸른 물 곱게 든 새벽을 머금고 있을 것이니 아예 우산은 가져가지 말아야 하네, 수런수런 비라도 내리면 사람이 나무가 된다고 하네, 빗줄기 같은 사랑은 거기 어디 걸어두고 와야 하네, 조금씩 녹아 마른 땅 깊이 스며들어, 멀리 흘러가라고
따닥따닥 집을 파는 딱따구리 부리가 성할런지, 괘념치 마시게, 세상을 깨우는 소리는 상하지 않느니, 편백나무가 생명을 들이는 거룩한 절차, 교만이 없고 과시가 없고 허욕이 없는 성사聖事이네, 따닥따닥 경쾌한 절제의 소리
그러나 편백나무 숲은 멀고 우리는 끝내 가지 못했네, 길은 있는데 길을 몰랐네, 같이 갈 반려자는 오지 않고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끝나는 것이었네, 내 속의 옹이를 숲으로 가꾸는 수밖에 없는 것이네, 가보지 못해 그리운, 편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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