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오월의 창 / 김주완 [2013.04.30.]

김주완 2013. 4. 30. 19:17

 

[2013.05.03.금. 칠곡신문 6면 발표]

 

[시]


오월의 창 / 김주완


푸른 바람이 향기롭다

문득 들어서는 오월의

투명한 초록이 눈부시다


청보리밭 사이로 난 황톳길 끝에는 유채꽃 노란 물감이 통채로 쏟아져 있었지, 고흐처럼 울렁거렸어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먼 그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오월엔 창을 열어야 한다

솟아나는 초록의 숨결로 빈 방을 채우기

위해


발이 큰 새가 찍어놓고 간 발자국 흔적

첫사랑, 지워지지 않는 낙관처럼 부각된다

햇빛에 마주서서 비추어보면

사라진 것들의 모습이 마법처럼 돌아오는 한낮


오월의 창에는

물비늘 가르며 튀어 오르는 민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좌르르 뿌리는 물방울이 싱싱하다


반짝이는 햇살이 몰려와서 스카이콩콩을 뛰는

창유리 위에

뭔가 이제는 될 것 같은 느낌이 걸린다, 깃발처럼

세상이 온통 푸르다

숨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