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청로샘 / 김주완 [2013.04.09.]

김주완 2013. 4. 10. 10:44


[시]

 

 

            [2013.06.01.한국시 2013-6월호, 통권 290호. 33쪽 발표]


                   청로샘 / 김주완


왜관 구장터 쯤에 청로샘이 있었지

벽이 트인 사각의 양철지붕 천정에 녹슨 도르래가 걸리고

물이끼 축축한 돌벽 안,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바닥에서

줄에 매달린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렸지

동짓달 김장 담그는 날이나 장 담는 정월이면

하루 종일 물지개를 지던 어린 내가 있었지

저고리 섶 불룩하던 누나들 머리채 위에서

찌르륵 찌르륵 흔들리며 울어대던 도르래 소리, 정겹게

푸른 물빛에 녹아들던 젊은 웃음들

더러 투명하게 아늘거리는 물벌레가 따라 올라왔지만

궁해도 맑고 신나는 날들이 축축하게 불끈거리던

왜관 구장터 쯤에 청로샘이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