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3.05.09.목. 대구문학 청탁시 기고]
불안한 천칭 / 김주완
중풍 앓은 60대 허씨의 걸음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강의 둑마루길을 하루 한 번씩 뒤뚱뒤뚱 걸으며 운동을 한다
균형 잃은 몸을 받드는 무연한 허씨
힘 빠져 넘어질 것 같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게 안정되어 있다
지구의 자전축은 66.5도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돌면서 봄, 가을을 만들고
여름, 겨울도 만들면서
밤낮의 길이를 변화시킨다, 신통하다
기울지 않은 지구라면 천날만날 답답하고 따분할 것인데
나무는 가지가 어긋나서 제대로 서 있다
뿌리는 억세고 여린 것이 있어 흙을 깊이 억물 수 있다
산은 높고 낮은 곳이 있어 골짜기를 품고
외로워서 모인 물은 머물 곳을 찾아 흐르고 또 흐른다
반듯한 양 어깨의 무게가 같아
고요한 여자는 살아있는 여자가 아니다
걷잡을 수 없이 가슴 울렁거리는 것이 생이다
스스로 요동치니까 살아있는 것
기울어진 것이 꽃을 피운다
꽃처럼 사는 하루하루
우리는 저마다 하나뿐인 천칭이 되어
잊어버린
불안에서 나와 불안을 찾아가고 불안으로 돌아간다
기울어진 지구의 축이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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