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시] 나들목 / 김주완 [2013.05.14.]

김주완 2013. 5. 15. 10:46

 

[시]


                 나들목 / 김주완


거기, 줄장미가 있었네

도닥도닥 봄비 내리는데

방호벽 위 철망 가득, 초록

물감이 마구마구 기어오르고 있었네

검자줏빛 설운 입술들 소복하게

폐지처럼 떨어져 젖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왜관IC 출구

흑인병사가 운전하는 진초록빛 군용트럭을 타고

오래전에 빠져나간 기지촌의 여인들

말간 앞가슴 깊이 팬 장밋빛 원피스를 입고

양담배를 쉼 없이 피우며 떠난 그녀들

아무도 후일담을 모르네

굴뚝에서 갓 나온 족제비 같은 승용차들, 매끄럽게 드나드는

그곳 언덕바지에

하얀 충혼탑이 산정의 고사목처럼 서 있는데

며칠 전엔 이팝꽃이 만발했는데

지금은 공사 중

덧씌우기 포장을 하고 있는, 거기

방울방울 빗방울은

연한 가시 끝에 집착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