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들목 / 김주완
거기, 줄장미가 있었네
도닥도닥 봄비 내리는데
방호벽 위 철망 가득, 초록
물감이 마구마구 기어오르고 있었네
검자줏빛 설운 입술들 소복하게
폐지처럼 떨어져 젖고 있는
경부고속도로 왜관IC 출구
흑인병사가 운전하는 진초록빛 군용트럭을 타고
오래전에 빠져나간 기지촌의 여인들
말간 앞가슴 깊이 팬 장밋빛 원피스를 입고
양담배를 쉼 없이 피우며 떠난 그녀들
아무도 후일담을 모르네
굴뚝에서 갓 나온 족제비 같은 승용차들, 매끄럽게 드나드는
그곳 언덕바지에
하얀 충혼탑이 산정의 고사목처럼 서 있는데
며칠 전엔 이팝꽃이 만발했는데
지금은 공사 중
덧씌우기 포장을 하고 있는, 거기
방울방울 빗방울은
왜
연한 가시 끝에 집착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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