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 2012-9,10월호(통권98호/2012.10.08.발행) 85~86쪽 발표>
[시]
아름다운 슬픔 / 김주완
꽃을 본다
만개한 꽃의 슬픔을 본다
앉은뱅이, 앉은뱅이
제 자리에 붙잡혀서 피는 꽃
바람이 와서 자주 흔들고 가지만
따라 나서지 못하는 꽃은 그저, 거기 서서
슬프게 몸을 떤다
자유를 꿈꾸는 낮은 신음呻吟, 감당할 수 없는
신열로 꽃은 속에서부터 몸부림치며 피고
춤, 춤추는 슬픔은 아름답다,고 우리는 명명命名한다
절정은 소실점이다
돌아앉아 흘리는 눈물 사이로 보이는
까마득한 소망의 증발 지점이다
남남으로 있는 모래알처럼 말라 있는 것이 아니라
수챗가에 선 분꽃은 발이 젖어 있어 꽃을 피운다
무릇, 만개한 꽃의 슬픔에는 오래 된 물기가 있다
물기에 젖어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법,
슬픔의 찬란한 물방울은
저만큼 밀어내 놓고 보아야 반짝인다, 투명해진다
꽃의 만개는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다
처연하게 아름다운 슬픔, 슬픔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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