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열대야 / 김주완
실종신고도 없이 사라진 바람기
밤이 와도 한 점 돌아오지 않는다
솜털 같이 가벼운 발을 가진
약빠른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하듯 도망가고
하얗게 더위 먹은 외양간 위의 박꽃들
숨결 겨운 질식으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둔 감나무 아래 눈길 풀린 고양이가 엎드려 있다
지열을 빨아들여 식히는 체열
풀무질하는 개의 갈비뼈를 지나 더운 열기가 헉헉 쏟아져 나온다
탐관오리처럼 누가 높은 벽으로 서서
쉼 없이 고혈을 짜고 있다, 온몸으로 흐르는 더운 비
뒤범벅이 되어 매미 찢어지게 우는데
길게 엎드린 강의 침묵 옆으로 패잔병인 양 시든 풀잎이 쓰러져 있다
숨 막히는 정적이 염천의 화룡 같이 뜨겁게 내려앉아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참외작업을 하던 70대 후반의 노인 부부는 피부가 그을린 채 저녁때 숨졌다
살인적인 더위가 얼굴 큰 유령처럼 들어선 마을에
칠월 말매미 운다
머리를 풀어헤친 대밭 가까이
굳게 입 다문 밤이 답답하고 멀다
먹구렁이 한 마리 어둠 속에 똬리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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