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하지 2 / 김주완
태양이 가장 높이 떴어 오이 덩굴이 늙은 어미의 주름살처럼 늘어지고 오이는 아래로 길게 맨몸을 키우고 있어 가마솥에선 하지감자가 보삭보삭 하얀 분을 내면서 눋고 있지 옥수수나무 그림자가 왜 이리 짧아졌는지 몰라 어린모가 사름 하여 파랗게 일어서는 논에서 개구리들이 뜀틀놀이를 하고 있어 ‘하지 마!’ 암컷이 수컷에게 앙탈을 부리고 걸 보았어 늘어지게 낮잠을 잔 사내들이 일어나도 아직 낮이야 흙마당이 가물가물 흔들리고 있네 씨알 굵은 가지가 까맣게 반짝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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