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잠을 자는 꽃씨 / 김주완
내가 든 잠은 잠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깜깜한 토굴 깊이 내려앉은 안락이다
춥고 배고파서 드는 잠은
잠이 아니라 파랗게 외로운 분노이다
검은 바위 위에 붉은 꽃가지 하나 늘어지는
나른한 늦봄 한낮이 내 속에 있어
어둠도 눈에 익으면 어둠이 아니듯이
분노도 몸에 배면 사랑처럼 녹아드는 것이기에
나는 지금 잠자는 것이 아니라
길 나선 것이다, 한겨울 벌판 끝으로
아득한 계절을 밀어내는 것이다
기다림을 풀어내는 외로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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