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겨울잠을 자는 꽃씨 / 김주완 [2012.01.17.]

김주완 2012. 1. 18. 08:40


[시]


   겨울잠을 자는 꽃씨 / 김주완


내가 든 잠은 잠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깜깜한 토굴 깊이 내려앉은 안락이다

춥고 배고파서 드는 잠은

잠이 아니라 파랗게 외로운 분노이다


검은 바위 위에 붉은 꽃가지 하나 늘어지는

나른한 늦봄 한낮이 내 속에 있어

어둠도 눈에 익으면 어둠이 아니듯이

분노도 몸에 배면 사랑처럼 녹아드는 것이기에


나는 지금 잠자는 것이 아니라

길 나선 것이다, 한겨울 벌판 끝으로

아득한 계절을 밀어내는 것이다

기다림을 풀어내는 외로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