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탈 4 / 김주완
그래,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다
겨울 새벽에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도
신고 나온 양말에 구멍이 나 있어도
산책길에서 남의 반려견에 뒤꿈치를 물려도
느닷없이 떨어지는 길거리 간판에 머리가 깨져도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와서
앙큼하게 장보고 왔다고 해도
밖에 오는 비를 눈이라고 해도
포도나무에 참외가 달리고 오이나무에 모과가 열려도
속탈, 배탈로 전신에 식은땀이 나도
백주 대낮에 간 큰 도둑이 들고
사기꾼에게 걸려 재산을 다 날려도
그래, 그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다
이 한 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쩌지도 못하게 이미 일어난 것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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