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탈 2 / 김주완
시계가 한 시간 늦게 간다
여섯 시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일곱 시에 울었다
열 시 약속을 열한 시에 나갔다
만나야 할 사람이 없다, 가버린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진다
찌푸린 하늘 아래 어느 골목으로
일정이 증발한 것이다
탈은 예기치 않은 데서 일어난다
창자가 비어도 새는 울지 않는다
때가 되어도 침묵하던 꽃이
때 아닌 아무 때나 핀다
땅 속 뿌리 근처에서도 피었다가 진다
계획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다림은 설레지만 허망으로 끝나기 쉽다
탈나도 세상은 돌아간다
고장 난 몸도 움직인다
탈난 줄을 모르고 사람들이 살아간다
'시 · 시 해설 > 근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탈 4 / 김주완 [2011.12.13.] (0) | 2011.12.14 |
---|---|
[시] 탈 3 / 김주완 [2011.12.13.] (0) | 2011.12.14 |
[시] 탈 1 / 김주완 [2011.12.13.] (0) | 2011.12.14 |
[시] 목도리 7 / 김주완 [2011.12.06.] (0) | 2011.12.07 |
[시] 목도리 5 / 김주완 [2011.12.06.] (0) | 2011.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