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탈 2 / 김주완 [2011.12.13.]

김주완 2011. 12. 14. 11:13


[시]


  탈 2 / 김주완


시계가 한 시간 늦게 간다

여섯 시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일곱 시에 울었다

열 시 약속을 열한 시에 나갔다

만나야 할 사람이 없다, 가버린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진다

찌푸린 하늘 아래 어느 골목으로

일정이 증발한 것이다

탈은 예기치 않은 데서 일어난다

창자가 비어도 새는 울지 않는다

때가 되어도 침묵하던 꽃이

때 아닌 아무 때나 핀다

땅 속 뿌리 근처에서도 피었다가 진다

계획은 어리석은 일이다

기다림은 설레지만 허망으로 끝나기 쉽다

탈나도 세상은 돌아간다

고장 난 몸도 움직인다

탈난 줄을 모르고 사람들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