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탈 3 / 김주완
나무는 탈을 잡지 않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우레 치면 그런가 하며 몸을 조금 떤다
폭설이 내려 짓누르면
가지 하나쯤 찢어주면 되고
누가
길을 내라 하면 몸을 조금 비틀면 된다
딱따구리가 와서 집을 파면
자리를 그만큼 내어주면 그뿐이다
집중호우로 산이 통째로 밀려나는 날은
토사에 밀려, 선 자리를 이만큼 옮길 줄도 안다
뿌리가 뒤집혀지면 말없이 그냥 말라간다
나무는 살아 있어도 나무이고 죽어서도 나무이다
나무 아닌 다른 것이 되고 싶지 않은 나무는
탈 잡을 일이 없다
나무는 까다롭지 않다, 나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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