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선잠 2 / 김주완
사라진 것들이 돌아오는 밤에는 잠들 수 없다 떠나간 자들이 돌아오는 날은 잠들지 말아야 한다 돌아온 자들이 생소하지 않게 누군가 맨 정신으로 기다려야 한다 집 밖에서 기웃거리다가 그들이 돌아가지 않도록, 없어진 제 자리를 찾다가 끝내 허탈하게 돌아서지 않도록 누군가 깨어 그들을 맞아야 한다 앉지도 말고 눕지도 말고 서서 기다려야 한다 바람 소리와 물소리, 땅과 하늘의 영령한 소리는 잡지 않으면 흘러가 버린다 어디론가 떠나가고 사라져 버린다 여치와 귀뚜리의 울음소리는 선잠의 변주곡이다 깊이 잠들지 못하게 신경의 올을 퉁기는 술대 소리이다 누군가 사라지던 날, 못내 떠나던 밤에 혼자 남아 보름달처럼 눈이 퉁퉁 부어 들던 선잠, 그때의 선잠으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 있어 마음 누일 데가 없는 선잠, 살아서 자는 잠인 한 모든 잠은 선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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