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1.10.10. 제61회 낙강시제 시선집『2011 낙동강』발표>
[제6시집]
개망초 11 / 김주완
강둑의 개망초가 일제히 쓰러졌다 가늘고 긴 꽃대궁 밑동이 잘려져 나갔다 공공근로 인부들이 몰려와 예초기로 휩쓸어 버린 것이다 씨 맺기 전에 잘라 버린 절손, 아득히 드러누운 개망초 시체들이 푸른 피를 흘리며 꾸덕꾸덕 말라갔다 낙동강 도하작전에 산화한 꽃 같은 피아간의 병사들이 저랬을까 개망초의 팔다리가 어지러이 널려 있는 전장의 상흔, 파죽지세로 밀고 간 공격의 끝에서, 강둑은 일사불란한 잔디밭으로 변해 버렸다 풀 냄새는 지혈되지 않는 풀의 피 냄새, 피다 만 한恨의 응어리다 바람 한 번 불면, 공허한 이념들은 구름처럼 밀려가고 내년엔 저 피 스며든 곳에 개망초 다시 돋아나리라, 나는 믿는다 소복처럼 하얗게 점점한 개망초꽃들 환하게 다시 필거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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