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시계의 방 6 / 김주완 [2011.07.12.]

김주완 2011. 7. 13. 07:52


[시]

시계의 방 6 / 김주완


우리는 사랑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만나서 일주일 후에 손을 잡았고 두 달 후에 포옹을 했다 학습 지도안에 따른 수업처럼 우리는 무언중에 우리가 정한 계획에 따라 사랑을 진전시켰다 그렇게 키워간 사랑, 그러나 끝내 사랑의 종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과정을 조절하는 일이다 시간은 애당초 아무도 조절할 수가 없다 흐르는 시간 위에서 다만 우리는 단계와 단계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유일한 방법은 단계의 거리를 넓히는 것뿐이다


종말이 오지 않는 사랑은 진도를 늦추는 사랑이라는 것을 참 많이 늦게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