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영상시

[스크랩] 왜관역 2

김주완 2011. 2. 22. 12:27

      왜관역 2 김주완 여름밤 왜관역 광장에서는 영화가 상영되었다, 확성기를 단 관 용 지프차가 마을의 골목마다 방송을 하고 다니면, 소재지 왜관 은 물론 기산과 석적, 금남 매원에서도 이른 저녁밥을 먹은 처녀 총각들이 영화를 보러 무리지어 걸어 나왔다, 맨땅의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끊어졌다 이어지는 영화를 넋 놓고 구경하였다, 스크 린에선 자주 그림이 사라지고 모래알을 뿌린 것처럼 지직지직 흰 점이 자욱이 반짝이곤 했다, 총각들은 영화 대신 다른 동네 처녀 들을 분주하게 살폈다, 처녀들도 키득키득 피하는 듯 슬쩍 눈길을 맞추어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무리지어 돌아가는 산모롱이 어둔 풀숲에서는 군데군데 무슨 일이 터지곤 했다, 나지막이 번져나는 은근한 신음소리가 간혹 풀잎을 흔들곤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최무룡, 조미령, 김지미가 나오는 ‘장마루촌의 이발사’를 그때 처음 보았다, 장동휘 조미령 주연의 ‘아리랑’은 해마다 한 번씩 볼 수 있었다, 돌아가는 처녀 총각들의 뒤를 밟은 것은 단 한번 뿐이다
출처 : 칠곡사랑모임
글쓴이 : 초롱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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