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6시집]
꿩의바람꽃 2 / 김주완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나면 저리 수줍어합니다.
바람 난 수꿩과 암꿩이 숲 속에서 한참을 푸덕거렸습니다. 제법 신음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도 쉼 없이 내었습니다. 암꿩의 발톱이 땅의 살을 쥐어뜯었습니다. 눈자위가 붉은 수꿩의 긴 무지갯빛 꽁지 하나가 빠져나와 바람결에 얹혀 날아갔습니다.
차마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얼마 후 햇살 줄기가 군데군데 내리꽂히고 숲에 새로운 평화가 찾아왔을 때 비로소 고개 들고 하얀 얼굴 내밀 수가 있었습니다.
오월은 수줍을 일이 참 많은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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