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0 / 김주완
마지막 요일은 너를 위해 비워둔다.
아무도 들여놓지 않는
하얀 네모로 남겨 둔다.
모든 가능성을 솎아내고
모든 이름씨도 주워내며
헹군 시간의 뼈골도 들어낸 채
너를 기다리는
잔잔한 여백으로 남겨 둔다.
지금 나는 한계 밖에 있다.
식별되지 않는 많은 것에
어지러이 끌려서 가던 한 주일의
마지막 요일에
너는 천리를 건너서 온다.
너의 도착은 언제나 늦을 밖에 없지만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기다리고 있다.
너를 위한 이 비워둠이
오히려 가장 견고한 가득참임을
밤이 새도록 믿고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인
마지막 요일은 너를 위해 비워 둔다.
너무 오래 갇힌 네 눈물이
아프게 버려온 모든 미룸들이
하염없는 장마로 내릴
빈 들판으로 남겨 둔다.
하얀 네모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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