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0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4. 12:04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10 / 김주완



마지막 요일은 너를 위해 비워둔다.

아무도 들여놓지 않는

하얀 네모로 남겨 둔다.

모든 가능성을 솎아내고

모든 이름씨도 주워내며

헹군 시간의 뼈골도 들어낸 채

너를 기다리는

잔잔한 여백으로 남겨 둔다.

지금 나는 한계 밖에 있다.

식별되지 않는 많은 것에

어지러이 끌려서 가던 한 주일의

마지막 요일에

너는 천리를 건너서 온다.

너의 도착은 언제나 늦을 밖에 없지만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나는 기다리고 있다.

너를 위한 이 비워둠이

오히려 가장 견고한 가득참임을

밤이 새도록 믿고 싶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인

마지막 요일은 너를 위해 비워 둔다.

너무 오래 갇힌 네 눈물이

아프게 버려온 모든 미룸들이

하염없는 장마로 내릴

빈 들판으로 남겨 둔다.

하얀 네모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