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깜깜한 웃음을 / 김주완
누가 뒤에서 웃고 있는
돌 앞에서 말을
해본다,
푸른 빛, 속의
여린 말 한 마디 무겁게
하여 본다,
말은
벽에 부딪쳐
코가 날아가고 입이 부서지고 눈이 빠져
만신창이로 돌아
온다,
피를 줄줄 흘리는 말의
시체 위로
차가운 쇳소리를 내며
웃는 돌 저편의 냉소
같은 게 낮게
낮게 쌓이고 있다,
말들의 매장이 끝나기 전
몇 개 살아 있는 속의
말들은
황급한 은둔을 시작하고
이질異質의 먼 밀물이 만조滿潮로
차오른다,
여전히
절벽 너머에서 누가
자꾸 깜깜한 웃음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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