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8

[대일산필 5] 장미, 그 주홍빛 [대구일보 : 1990.05.30.] / 김주완

[大日散筆 5] <대구일보 1990.05.30. 6쪽.> 장미, 그 주홍빛 김주완(시인/대구한의대 철학과 교수) 연구실 창가엔 지금 장미 한 송이가 피고 있다. 가늘고 긴 유리잔 속의 투명한 물에 허리를 담든 채 고운 꽃잎을 조금씩 피우고 있다. 오후 한나절, 빛살이 들면 연한 주홍빛 꽃잎은 살 속으로 피가 돈다. ..

[대일산필 4] 누님 [대구일보 : 1990.05.23.] / 김주완

[大日散筆 4] <대구일보 1990.05.23. 6쪽.> 누님 김주완(시인/대구한의대 철학과 교수) 삭막하고 각박하다. 어제 오늘은 아니겠지만 갈수록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사람에 쫓긴다. 살기 위해 쫓기는 것이 아니라 쫓기기 위해 사는 것 같다. 한 치의 여유가 없이 팽팽한 삶이고 긴장이다. 도처에서 번..

[대일산필 3] 허유 선생 [대구일보 : 1990.05.16.] / 김주완

[大日散筆 3] <대구일보 1990.05.16. 6쪽.> 허유(虛有) 선생 김주완(시인/대구한의대 철학과 교수) 허유(虛有)는 원로 철학자 하기락(河岐洛) 박사의 아호이다. 살아가는 모습과 호가 그렇게 하나일 수가 없다. 온토로기(Ontologie)를 전공한 분답게 그의 호는 ‘빈 있음’이란 뜻으로서 너무도 존재론적이..

[대일산필 2] 꿈 [대구일보 : 1990.05.09.] / 김주완

[大日散筆 2] <대구일보 1990.05.09. 6쪽.> 꿈 김주완(시인/대구한의대 철학과 교수) 만나는 사람마다 답답하다고 한다. 속이 끓는다고 한다. 불안한 늦봄의 때 아닌 먹장구름이 사람들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다. 암담하기로 치면 메가톤급의 스트레스이고 절망지수(?)이다. 최근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대일산필 1] 아픈 5월 [대구일보 : 1990.05.03.] / 김주완

[大日散筆 1] <대구일보 1990.05.03. 6쪽.> 아픈 5월 김주완(시인/대구한의대 철학과 교수) 달력을 넘기면 가슴 저린 달이 있다. 싱그러운 신록이 미안하고, 찬란한 햇살이 부끄럽고, 살갗을 스치는 훈풍이 오히려 비릿하며, 더러 한숨같은 비가 추적이는 그러한 계절이 있다. 바로 오월이다. 이것 말고 ..

[기획 진단] 달성공원 노인들 [영남일보 : 1990.12.18.] / 김주완

[기획 진단] <大邱, 大邱사람 10 / 달성공원 老人들> <영남일보 : 1990.12.18.> 은빛 아름다움… 이젠 소외의 상징 김주완(시인/철학박사/경산대 교수) 敬老堂 신축 - ‘동네 미관 해친다’ 반발 뿌리 깊은 「兩班문화」 전통 一新할 때 「존경」사라지고 안방 → 건넌방 → 셋방 → 거리 신세 달성공..

[교수 칼럼] 인간의 봄 [대구한의대학보 제70,71호 : 1990.03.20.]/ 김주완

[교수 칼럼] <대구한의대학보 제70, 71호 1990.03.20. 4쪽.> 인간의 봄 김주완(철학과 교수) 1. 춥다. 바깥엔 봄이 온다고 하는데 이곳은 아직 으스스하다. 썰렁하고 을씨년스럽다. 강의실이 춥고 연구실이 춥고 도서관이 춥다. 캠퍼스를 가득 메우는 대자보가 애절하게 봄을 부르고 있다. 연일 신문과 방..

[교수 칼럼] 대학의 자유 [대구한의대학보 제55호 : 1989.02.20.]/ 김주완

[교수 칼럼] <대구한의대학보 제55호 1989.02.20. 3쪽.> 대학의 자유와 민주화 김주완(철학과 교수) 1. 반성의 지평에서 세계는 확대된다. 세계의 확대는 묵은 한계의 초월이며, 새로운 한계의 설정 속으로 들어섬의 자유이다. 보수주의자는 영원히 망설이고 급진주의자는 성급하게 뛰어든다. 그러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