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14 _ 존재의 집 / 김주완 [2011.05.24.] [시] <월간『한국시』2011.11월호(통권 271호) 47쪽. 발표> <2011.12.20. [경북문단] 제28호 65쪽 발표> 집 14 / 김주완 ― 존재의 집 나는 있는데 나는 없다 모래사장에서 먹이를 찾는 깝짝도요는 두세 발 걷고는 머리와 꽁지를 까딱거린다 쇠물닭은 꽁지를 흔들면서 물풀 위를 걷는..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1.05.26
[시] 집 13 _ 구름의 집 / 김주완 [2011.05.24.] [시] 집 13 / 김주완 ― 구름의 집 그 집은 높고 가볍다 아마 새의 뼈로 골조를 하고 날개깃으로 벽과 지붕, 인테리어를 했으리라 그 집은 공중을 둥둥 떠다닌다 서소棲巢 같은 나무 위의 집은 이 집에 비하면 말 그대로 약과다 언제 지진이 나든 쓰나미가 오든 오불관언이다 허리케인이나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1.05.26
[시] 집 12 _ 집 이름 / 김주완 [2011.05.24.] [시] 집 12 / 김주완 ― 집 이름 젊은 시절 들판 가운데 집 하나 지어놓고 집 이름을 양수재 暘櫢齋라고 지었다 지어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손수 지었다 해 돋아나는 곳의 나무 무성한 집이라는 뜻이다 현판 하나 서각으로 만들어 몇 번의 이사를 하면서도 들고 다녔다 남들에게는 서재 이름이라고 하는..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11 / 김주완 [2011.05.24.] [시] 집 11 / 김주완 하얀 탱자꽃 핀 울타리 따라 가면 히말라야시다 긴 그늘 아래 빨간 벽돌집 있었다 선홍빛 명자 꽃과 노란 개나리꽃 만발한 마당, 작은 바위에 기대앉아 환하게 웃는 키 큰 소녀, 포플린 플레어스커트 주름이 바람에 살짝 날렸다 후드득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 봄 하늘 자욱하니 떠돌..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10 / 김주완 [2011.05.24.] [시] 집 10 / 김주완 쇠마구간 옆에 돼지우리 돼지우리 옆에 닭장 닭장 옆에 개집 개집 아래 쥐구멍 쥐구멍 위에 초가집 초가지붕 안의 새집 새집 위의 박덩이 박덩이 위의 달덩이 달덩이 아래 기와집 기와집 위에 고대광실 고대광실 위에 왕궁 왕궁 위에 천궁 민심이 천심이라 하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9 / 김주완 [2011.05.24.] [시] 집 9 / 김주완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 오너라 너희 집 지어줄께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에 불났다 쇠스랑 가지고 둘레둘레 오너라 두꺼비가 없다 모래집 짓던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재개발 지역, 갈 곳 없는 철거민만 남았다 사방을 이리저리 살피며 기어 나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8 _ 칼집 / 김주완 [2011.05.24.] [시] 집 8 / 김주완 ― 칼집 그래, 그래, 잠들어 있거라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거라 벼린 날은 쓰지 않아야 처음의 날카로움을 유지하느니, 쓰고 나면 다시, 아프게 갈아야 하느니 나서지 않고 이기는 것이 참으로 이기는 것이다 그래, 그래, 분노는 재워라 삭여야 이기느니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7 _ 어머니 / 김주완 [2011.05.24.] [시] 집 7 / 김주완 ― 어머니 어머니는 집이었다 집 속의 집 물행주 냄새 나는 포근한 품 어머니는 고향이었다 고향 속의 고향 마당가 감나무 아래 푸르던 아침 낯선 도시의 그늘에서 그늘로 불빛을 찾아 헤매는 풍뎅이 같은 이 생生의 노역 속에서 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네 쓸쓸하고 성긴 울타리로 서..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26
[시] 집 6 / 김주완 [2011.05.17.] [시] [2016.10.10. 경북문단 기고] 집 6 / 김주완 집에서 나와 집으로 간다 둥지에서 나온 새는 숲에서 벌레를 잡아 다시 둥지로 돌아간다 거기 쫑긋쫑긋 입 벌리고 있는 새끼들이 있다 양육은 집에서 이루어진다 털북숭이 새끼들이 여린 부리로 깨고 나온 빈 껍질은 이미 버려진 옛집, 자라면 .. 제1~7 시집 수록 시편/제4시집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2011.05.17
[시] 집 5 / 김주완 [2011.05.17.] [시] 집 5 / 김주완 기름집엔 기름 짜고 솜집엔 솜 탄다 반찬집엔 나물 무치고 쌀집엔 쌀 팔러 간다 돈 없어 허기진 집 식구만 많아 있는 대로 하릴없이 눈을 판다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