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떠오르는 저 편 2 / 김주완
밤마다
죽는 연습을 한다.
잠자리에 들면서
못 다한 일들을 염려하며
이대로 눈 못 뜰지도 모를
내일 아침을 생각한다.
허둥대며 바람결에 밀리다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문득 일몰에 선
홀연한 낙엽 같은,
온 몸 부서져도 눈 감지 않아야
부릅뜬 눈으로 시간을 대적해야
그는 다시
새눈으로 뜰까?
순간마다 마무리를 지으며
살지 못한 사십 들머리,
늦오월 자정 이후
지독한 몸살은 엄습하고
핫이불이 추운 시간
실습 아니기를 바라며
끝없이 죽는 연습을 하는
밤은 길고 길다.
'제1~7 시집 수록 시편 > 제3시집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례] (0) | 2011.03.16 |
---|---|
떠오르는 저 편 1 / 김주완 (0) | 2011.03.15 |
떠오르는 저 편 3 / 김주완 (0) | 2011.03.15 |
떠오르는 저 편 4 / 김주완 (0) | 2011.03.15 |
떠오르는 저 편 5 / 김주완 (0) | 201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