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6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素描 86.7.22 / 김주완 장마 전선이 낮은 포복으로 남하하던 날, 산발하고 바다의 거대한 우울이 리아스식 해안을 짓뭉개고 있었다, 먼 집들과 비린 바다의 전신이 내려앉은 길가로 드문드문 불이 켜지고 꼬리를 지우며 거룻배가 하나씩 귀항하고 있었다, 바..

소묘 87.5.12.- 어떤 TV 생방송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 87.5.12. /김주완 - 어떤 TV 생방송 - 걸기, 주렁주렁 끼우기 귀ㆍ목ㆍ팔ㆍ손목ㆍ손가락 거기다 머리끝ㆍ어깨끝ㆍ팔굽ㆍ다리굽ㆍ온몸 치렁치렁 귀신처럼 늘어뜨리기, 아무튼 그런 내기였다. 칠하기, 더덕더덕 찍어 바르기 눈ㆍ코ㆍ입ㆍ눈썹 거기다 손톱ㆍ발..

소묘 87.5.31 / 김주완

[제3시집『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소묘 87.5.31 / 김주완 「86-88」사이. 아시아와 세계 사이. 사이는 언제나 틈이고 틈은 언제나 좁았다. 좁은 틈에서 끓는 열기는 강한 법. 사람들은 허둥거리고 있었다. 용을 쓰며 용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규칙 아래서 규칙 속에서 규칙에 복종하며 규칙을 용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