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국자 6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6 / 김주완 나는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어요 주방 싱크대 구석에서 이름 없는 국자로 걸이에 걸려 쓰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 그릇 저 그릇 공평무사하게 나눠주는 꿈을 하루 종일 혼자서 꾸고 있어요 정말 잘할 자신이 있어요 덮을 뚜껑이 없어 내 것을 챙기지도 않을 거예요 누가..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
[시] 국자 5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5 / 김주완 뜨거운 국물을 뜨는 국자는 손가락 끝에 달린 팔뚝이며 손바닥이다 짓무르지도 데지도 않는 구리나 알미늄, 도기나 나무로 되어 호들갑을 모르는 신중함이다 흘리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으며 참방 참방 한 국자 두 국자 뜨는 손바닥 저울이다 담아선 비워내는 무소유이다 <2011.04...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
[시] 국자 4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4 / 김주완 ― 부창부수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들고 덤벼드는 남자, 다 끓은 국솥에 비닐 팩과 국자 들고 달려드는 그 남자의 아내, 부창부수夫唱婦隨, 만나도 엔간히 만났다, 숟가락은 작고 구멍 뚫린 국자라, 그래 가지고 부자 되겠나, <2011.04.19.>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
[시] 국자 3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3 / 김주완 국자 받침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하얀 도자기 국자, 길고 곧은 자루 손잡이쯤으로 활짝 핀 매화꽃 가지 늘씬하게 휘었다, 저 국자로 떠 담을 우윳빛 점액질 스프, 갑자기 식도가 미끌미끌해진다, <2011.04.19.>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
[시] 국자 2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2 / 김주완 중년의 어머니는 보리쌀 한 줌 넣고 콩죽을 쑤었다, 한 국자 퍼담은 사기 대접을 핥아도 핥아도 배가 고픈 오월 춘궁, 누나가 넘겨받아 들러붙은 콩 조각 긁어먹는 나무 국자, 어찌 그리 크던지, <2011.04.19.>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
[시] 국자 1 / 김주완 [2011.04.19.] [시] 국자 1 / 김주완 시를 공부하는 장년의 국자 씨, 자기소개를 하면서 국자를 번쩍 들고 흔든다. 국자로 퍼 담은 버섯전골로 점심식사를 끝낸 뒤 회원들의 권유에 못 이긴 채 평시조창 한 가락을 뽑는다. 청산리 벽계수다. 소복이 담긴 국자에서 구성지게 출렁이는 노랫가락, 절창이다. 다른 손님들도.. 시 · 시 해설/근작시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