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 시집 수록 시편/제1시집 구름꽃[1986]

구름꽃 2 / 김주완

김주완 2011. 3. 1. 22:21


[제1시집『구름꽃』(1986)]



   구름꽃 2 / 김주완


마침내 눈과 귀가 뜨인다.

하늘 아래 넓은 세상의

그저 한 줌 물이던 실체.


목마른 아우성으로 광란하는

군생群生의 들풀 속을

연기로 승천하며

시간을 여미는 고요한

몸짓.


어디까지 올라야 하는지

언제쯤 그쳐야 하는지,

하고 싶은 무엇이 있으며

또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천리 밖에서 꿈결로 들려오는

미명未明의 노래 소리.


아직은 이름 할 수 없는

새로운 모든 것 속에서

기이한 모든 것 곁에서

한 점 바람에도 음률처럼 흔들리는

늘 빈 몸으로

때로

온 하늘을 덮어 태초의

어둠을 깔고 싶은 때가 있다.


멀리서는 뚜렷하던 윤곽도

다가서면 스러지고 형체가 없이

몸짓만 남은 마음,

깊이 들여다보면 거기쯤 그냥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디쯤인지도 모를 오늘을 꾸리며

어느 산마루 너머로

연한 속살을 피워 올리고

작지만 은총 같은 그늘을 만들어

좀은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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