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시 해설/근작시

[시] 물안개 / 김주완 [2008.09.26.]

김주완 2008. 9. 26. 22:51


[시]


<『문학세계』(명작가선 - 2008년 한국을 빛낸 문인들) 수록>


     물안개 / 김주완

 

 

눈 뜬 채 밤새우지 않았다면

저럴 리 없다


굵고 미끄러운 몸 퍼질러 누운 채

가쁜 숨 자욱이 몰아쉬는 걸 보면,

남은 미련들이 떠나지 못하고

뭉글뭉글 바닥으로 맴도는 걸 보면

강물은 밤새 뒤척이며 외로웠던 것이다


어둠 속으로도 오지 못하는 사람 하나

내내 기다리며 울었을까

빈속으로 메스껍게 울렁거리는

설움덩이를

꾸역꾸역 아침까지 토했을까


안개 속에 도사린 불륜의 기억

아득한 슬픔으로 피어나고 있다

 

                                  <2008.09.26.>